이젠 일반명사가 된 높고 파란 가을 하늘,

그 사이로 프로펠러를 단 꼬마 비행기

한 대가 붓질을 하듯 날아간다.


어릴 적 한 번쯤 꿈꿨던 무선조종비행기(Radio Control).

'소년의 동심'이 어른이 된 지금에도 여전하다면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겠다.

한때 고가로만 여겨 흉금에만 담아뒀던 RC항공기의 가격이 크게 내린 데다
조종법도 쉽게 익힐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항공기 못지않은 조종술이 요구되는 RC비행기. 초보자는 기체 파손의 우려가 많기 때문에 저가 항공기로 입문하는 것이 좋다.

RC항공기의 작동원리는 크게 엔진과 전기 모터. 휘발성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은 고속비행에 적합하지만 무거운 게 흠이다. 사용의 편리성 때문에 최근 들어 전기 모터가 일반적이다. 모터 RC비행기는 한번 충전으로 10분 정도 비행이 가능하지만, 동력을 끈 채 활공을 하면 30분 이상도 날 수 있다.

속도는 기체와 모터에 따라 10km~60km/h 정도. 산 위에서 기류의 힘만 이용하는 무동력 슬로프기는 실제 비행기 이상의 초고속 비행이 가능하다.항공기의 축소판인 RC는 실제 조종과 유사한 고도의 비행 감각이 요구된다. 최근에는 조종기(리모트 컨트롤러)를 PC에 연결, 시뮬레이션을 거친 뒤 비행에 임하기 때문에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손맛'을 즐길 수 있다.

초보자가 가장 어려워 하는 것이 이·착륙. 사고(기체 파손)가 이때 가장 많이 일어난다. 따라서 입문자는 혼자 비행에 나서지 말고 동호회에 가입해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부산·경남 일원의 동호회 가운데 가장 활발한 곳이 '팰콘(www.koreafalcon.net)'이다. 부산에서 출발해 전국 규모로 확대된 동호회로, 매주 일요일 명지주거단지 들판에 모여 비행을 즐긴다. 동호회 홈페이지에서 비행시뮬레이션 프로그램(FMS)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항공기에 지령(송신)을 내리는 조종기는 RC의 두뇌 역할. 조종기의 채널수가 많을수록 정밀하고 복잡한 비행이 가능해진다. 기체에 카메라를 장착해 사진을 찍거나 폭탄, 풍선 등을 매달아 터트릴 수도 있다. 조종기의 송신 반경은 최대 1.6km. 하지만 육안에서 200m를 벗어나면 통제하기가 극히 어려워진다.

"초보자들은 10분 정도 비행을 마치고 나면 어깨가 뭉칠 정도로 긴장과 스릴을 느낍니다. 더러 실제 비행기를 모는 것처럼 손을 덜덜 떠는 사람도 있어요." '팰콘' 동호회 회원이면서 RC숍을 운영하는 양진평 사장의 설명. 양 사장은 "비행기는 일주일, 헬기는 보름 정도 집에서 시뮬레이션 연습을 하면 처녀비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RC항공기의 가격은 5만~20만 원선이 일반적. 100만 원이 넘는 고급 기종은 숍에서 조립후 교육까지 마스터한 후 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 사장은 "어떤 비행기도 일단 추락하면 파손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저가형 기체를 구매할 것"을 당부했다.

마니아들 가운데는 부품을 구입해 직접 비행기를 자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 실제 비행기를 일정비율로 축소한 '스케일기'는 외형 외에도 기능까지 똑같아 공학과 예술의 결합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한다.

	매주 일요일 부산의 명지에서 RC비행을 즐기는 '코리아팰콘' 동호회 회원들.

#환상의 묘기비행

항공학이 그대로 적용된 RC는 (인명피해의 우려가 없어) 실제 비행기 이상의 곡예비행을 선보일 수 있다. 비행기는 주날개의 위치에 따라 고익(高翼)·중익(中翼)·저익기(低翼機)로 구분된다. 주날개가 동체 위에 붙은 고익기는 묘기 비행은 불가능하지만 비행 안정성이 좋아 입문자들에게 적합하다. 날개가 동체의 중간과 아래에 붙은 중익·저익기는 현란한 곡예가 가능하다. 나사처럼 빙글빙글 회전하는 스크루 롤(Screw Roll), 360도 공중회전하는 루프(Loop), 기체가 선 채로 옆으로 날아가는 나이프 에지(Knife Edge) 등등. 공중에서 하강해 사람의 무릎밑 정도로 낮게 스치듯 나는 초저공비행이 가장 어려운 비행술이다.

헬기는 비행기보다 조종술이 훨씬 까다롭고 민감해, 평형을 이루며 공중에서 정지해 나는 '호버' 기술을 익히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다. 헬기 묘기의 최절정은 잔디깎이로 불리는 '배면 비행'. 기체의 아래위가 뒤집힌 채 호버링(평형)을 하며 나는 비행술이다. 배면 비행이 가능한 실제 헬리콥터는 '아파치' 등 전투헬기 몇 종에 불과하다.

# 부산·울산·경남의 대표 RC숍
팰콘샵(051)868-7187 www.falconshop.co.kr

글 = 김성한 기자 honey@kookje.co.kr
사진 = 김동하 기자kimdh@kookje.co.kr
원본(국제신문)